초기 철기시대와 숲의 파괴 역사
청동이라는 합금으로 무기나 연장을 만들면서 우리 인류의 삶의 모습은 급격하게 변하게 됩니다. 석기시대에서 청동기시대로 넘어온 과정을 잘 살펴보면, 역사학자들은 무기나 연장을 만드는데 당시의 인류가 사용했던 물질을 기준으로 구분했는데, 그 이면을 보면 그들이 사용하던 땔감의 종류가 바뀌면서 당시의 인류가 도달할 수 있었던 최고 온도의 한계가 올라가면서 청동이라는 합금을 손에 넣을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주된 소재가 바뀌기 위해서는 땔감을 태워 도달할 수 있는 온도가 올라가야 된다는 것입니다.
철기시대의 시작
이어서 청동기 시대는 철기시대로 넘어가는데요. 철기시대로 넘어갈 수 있게 되는 계기도 역시 이 땔감의 사용에 있습니다. 땔감으로 가열하는 방식이 바뀌면서 인류가 도달할 수 있었던 최고 온도가 올라가면서 새로운 시대로 넘어가게 되는 것이죠. 청동기시대에 이어 쇠라는 신소재가 등장한 것은 인류가 도달할 수 있었던 온도와 상관관계가 있습니다. 서기 전 1000년 경이되면서 인류는 숯을 가열하는 방식을 끊임없이 개선하던 끝에 마침내 온도를 200℃ 더 올리게 됩니다. 청동기 시대 이후 인류는 도달할 수 있는 온도를 끌어올리기 위해서 여러 가지 시도를 하는데 무엇보다도 화로의 구조를 개선하기 시작합니다. 여전히 숯을 사용하고 있었지만 화로의 구조를 개선하면서 도달할 수 있는 온도를 200℃ 더 높이 올려놓게 되죠. 흥미로운 사실은 1100℃에서 1300℃로 200℃를 올리는데 무려 2천 년이라는 세월이 소요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인류가 1300℃라는 높은 온도에 도달하게 되면서 드디어 새로운 재료인 쇠가 등장하게 됩니다. 쇠는 철로부터 만들어진 물질입니다. 철은 철광석으로부터 만들어지죠. 철광석을 숯과 함께 섞어서 높은 온도에서 가열함으로써 철광석과 숯 사이에 산화 반응과 환원 반응이 일어나면서 환원된 금속인 철이 얻어졌습니다. 철광석을 가열해서 금속 상태의 철을 얻게 되는 과정을 화학반응식으로 쓰면 이 식과 같이 됩니다. 철광석은 철의 산화물이고, 고체 상태입니다. 그리고 숯은 순수한 탄소이고 역시 고체 상태입니다. 철광석의 가루와 숯의 가루를 한데 잘 섞어서 1300℃의 높은 온도에서 가열합니다. 100℃에서는 일어나지 않았던 새로운 환원 반응이 진행이 됩니다. 숯을 이루고 있던 탄소가 철광석의 산화철로부터 산소를 빼내서 산화되면서 이산화탄소 기체가 되어 대기 중으로 날아가고, 산화철은 탄소에게 산소를 내어 주고 환원되면서 금속 상태의 철로 환원이 됩니다. 이와 같은 반응이 가능했던 이유는 바로 높은 온도였습니다.
높은 온도와 철의 확보 역사
서기 전 1000년경 인류는 마침내 1300℃의 높은 온도에 도달했고, 그 온도에서 철을 환원할 수 있게 된 것이죠. 그런데 이 식을 잘 들여다보면, 앞에서 보았던 구리 원광석의 환원에서와는 다른 측면이 보입니다. 주목해야 될 부분은 바로 철광석을 환원해서 얻은 철의 고체 상태입니다. 구리 원광석을 1100℃의 높은 온도에서 환원했을 때에는 구리가 액체 상태로 얻어졌습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1300℃에서 철광석을 환원해서 얻은 철은 고체 상태로 얻어졌습니다. 구리의 녹는점은 1085℃로 매우 낮았지만, 철의 녹는점은 1538℃로 매우 높았기 때문입니다. 철은 1538℃라는 높은 온도에 도달해야만 액체 상태로 녹는데, 실제로 환원 반응을 일으킨 온도가 1538℃보다 약 200℃ 이상 낮은 1300℃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철은 녹지 않고 고체 상태로 얻어졌던 것이죠. 실제로 환원 반응으로 얻어진 철은 매우 푸석푸석하고 잘 부서지는 스펀지 상태의 고체 상태로 얻어집니다. 기계적 성능이 너무나 안 좋았기 때문에 전혀 쓸모없는 물질이었습니다. 스펀지 형태로 얻은 고체 상태의 철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망치로 두드려서 밀도를 높여야만 했죠. 망치로 두드려서 찌그러트리고 이 찌그러트린 철을 뜨거운 숯불에서 가열한 후에 꺼내어서 다시 망치로 두드리고 다시 가열했다가 두드리는 과정을 수차례 반복해야만 비로소 사용하기에 적합한 형태의 쇠가 얻어졌습니다. 이처럼 숯불에서 가열한 후 망치로 두드리고, 가열하고 두드리기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숯으로부터 온 조금의 탄소가 철 속에 녹아들어 가면서 철보다는 훨씬 강하고 단단한 새로운 합금이 만들어지는데 그것이 바로 쇠입니다. 고체 상태로 환원되면서 스펀지 형태의 고체로 얻어진 철을 망치로 찌그러트린 후 가열하고 두드리기를 반복하면서 형태를 잡아서 어떤 물건을 만드는 방식을 단조 공정이라고 합니다. 단조 공정을 통해서 무기와 연장을 만들게 되는 것이죠. 이처럼 고체 상태로 얻어진 쇠로 단조 공정을 통해서 칼이나 창이나 연장을 만드는 과정에는 장시간의 많은 노동력이 필요했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뜨거운 불을 오랫동안 피워놓고 가열했다가 두드리기를 반복해야만 하기 때문에 굉장히 많은 양의 숯이 필요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많은 숯을 만들기 위해서는 엄청나게 많은 양의 나무를 소비해야만 했지요. 그뿐만이 아니었습니다. 특정한 모양을 만들기 위해서 망치로 두드리는 방식으로 칼이나 창을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정밀하고 복잡한 모양을 가진 물건을 제작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습니다. 또한 어떤 물건을 제작하는 데 있어서 굉장히 오랜 시간 동안 두드리고 가열하기를 반복해야만 했기 때문에 대량생산이 불가능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만들어진 쇠는 물리적 특성이 굉장히 좋고 기계적 강도가 굉장히 강해서, 단단하고 부러지지 않는 무기나 연장을 만드는 데 있어서 가장 적합한 신소재였습니다. 이와 같이 신소재가 등장을 하면서 당시 삶의 방식이 또 한 번의 커다란 변화를 경험하게 되는데요. 당시의 시대적 배경은 아직까지 기록으로 남아서 전해 내려오는 신약 성경에 매우 잘 나타나 있습니다. 신약성경에 굉장히 강력한 국가 집단이 나타나죠. 바로 로마제국입니다.
쇠의 발전과 로마제국
로마제국은 쇠라는 신소재로 만든 무기와 연장을 갖게 됨으로써 강력한 힘을 갖게 된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쇠로 된 무기와 연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단조 공정을 거쳐야 했기 때문에 극히 제한된 소수의 사람만이 쇠로 만든 무기와 연장을 손에 넣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소수의 사람들, 즉 쇠로 만든 무기와 연장을 손에 넣게 된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엄청나게 강력한 힘을 갖게 되었죠. 그 강력한 힘이 결국에는 로마제국을 가능하게 만듭니다. 로마제국의 군인들은 한 사람 당 하나씩의 단검을 지급받았습니다. 쇠로 만든 단검이었죠. 그리고 쇠로 만든 날카로운 날을 꽂은 긴 창을 지급받았습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로마 군인 한 사람 당 하나씩의 쇠로 만든 삽을 지급받았습니다. 그래서 로마 군인은 기본적으로 쇠로 된 단검과 쇠로 된 삽과 굉장히 긴 쇠로 만든 창을 기본적인 무기로 하나씩 가지고 있었죠. 이처럼 쇠로 만든 무기로 무장한 로마 군대를 대적하는 것은 굉장히 힘든 일이었습니다. 로마 군대는 엄청나게 강력한 힘을 갖게 되었죠. 로마 군인들은 전장에서 아주 독특한 다양한 전법들을 구사하는데, 그중에 두 가지가 주목할만합니다. 그중 하나는 이 사진에서 보는 Phalanx전법입니다. 로마 군인들은 자신들보다도 월등히 많은 적을 대면하게 되면 일단 어깨와 어깨가 닿을 정도로 군인들이 대열을 형성합니다. 어깨와 어깨가 닿을 정도로 밀집대형을 형성한 후, 자신의 키만큼 높은 네모난 방패를 앞쪽에 겹쳐서 받쳐 듭니다. 그리고선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적을 힘으로 밀쳐냅니다. 그리고서 적들이 방패에 붙어서 밀어붙일 때 방패와 방패 사이를 살짝 열어서 그 열린 틈으로 쇠로 만든 단검을 푹 찔러 넣습니다. 방패를 향해서 밀려왔던 적은 이 단검에 의해서 앞 열에서부터 하나씩 하나씩 쓰러져가죠. 앞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를 모르는 적군들은 뒤에서부터 계속 자기편 병사들을 밀어붙입니다. 밀어붙이는 적을 방패로 버티면서 방패를 잠시 열어서 단검으로 찌르고 다시 방패를 닫기를 반복하는 굉장히 단순한 방식으로 앞에서부터 한 줄씩 한 줄씩 적을 무력화시킵니다. 실제로 겨우 몇 백 명의 로마 군인들은 이 Phalanx 전법으로 수천 명의 적군을 괴멸시켜버립니다. 그런데, 어째서 이 Phalanx 전법이 가능했던 것일까요? 만약 로마 군인들이 과거처럼 청동으로 만든 단검을 가지고 있었다면 Phalanx 전법은 전혀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방패 사이로 단검을 찔러 넣을 때 청동으로 만든 단검은 그 즉시 부러져버리기 때문이죠. Phalanx 전법을 구사할 수 있었던 이유는 쇠로 만든 단검이 아주 극한 상황에서도 전혀 부러지지 않았고 날카롭고 치명적인 무기로서 작동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로마 병사들이 구사했던 또 하나의 흥미로운 작전은 바로 공병 술입니다. 로마의 전쟁사를 읽어보면 아주 흥미로운 부분들이 나타납니다. 몇 백 명밖에 안 되는 병사들이 수만 명 되는 적군을 그것도 아무 엄폐물(설명: 야전에서, 적의 사격이나 관측으로부터 아군을 보호하는 데에 쓰이는 자연적 또는 인공적 장애물)도 없는 평지에서 만나게 됩니다. 그때 이들이 쓴 전법은 굉장히 독특합니다. 일단은 시간을 끕니다. 그리고 하룻밤을 지냅니다. 그리고 그 하룻밤 사이에 로마 군인들은 아무것도 없던 평지에 어마어마한 규모의 토성을 쌓습니다. 토성뿐만이 아니라 그 앞에 도랑을 파고 물을 채워서 해자(설명: 성 주위에 둘러 판 못)도 만듭니다. 그리고선 아주 좁은 공간을 통해서만 접근할 수 있게 함으로써 수만 명의 적이 덮쳐올 때, 그 좁은 공간에서 Phalanx 전법으로 적군을 전부 괴멸시켜 버리죠. 로마 군인들은 도대체 어떻게 아무것도 없던 평지에 하룻밤 사이에 그 거대한 토성을 쌓을 수 있었던 것일까요? 그것은 바로 쇠로 만든 삽 때문이었습니다. 로마 병사들은 한 사람이 하나씩 쇠로 만든 삽을 지급받았는데, 이 부러지지도 않고 날이 닳지도 않는 쇠로 만든 삽으로 흙을 파서 하룻밤 사이에 거대한 토성을 쌓고 해자를 팠던 것이죠. 이처럼 쇠로 만든 무기와 연장을 갖게 된 로마 병사들은 유럽 지역은 물론이고 유럽을 넘어서 북아프리카와 인도 접경에 이르는 소아시아 지역까지를 모두 다 점령하고 오랜 시간 동안 이 넓은 영토를 통치하죠. 이를 가능케 한 것은 기본적으로 쇠라는 신소재입니다. 쇠로 만든 무기와 연장이 아니었다면 로마제국은 결코 존재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신기술과 신소재는 어느 정도 세월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주변에 있는 다른 사람들과 다른 나라에게도 전파되기 마련입니다. 500년경 로마는 완전히 쇠퇴하게 됩니다.
신기술의 전파와 로마의 쇠퇴
로마가 쇠퇴하면서 로마가 가지고 있었던 굉장히 중요한 신기술, 즉, 쇠를 만드는 기술과 이 쇠를 두드려서 무기와 연장을 만드는 기술이 인접국가로도 전파가 되죠. 이후 약 500년에 걸쳐서 유럽 전역은 자신들도 로마가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쇠로 만든 무기로 자신을 무장하는데 혈안이 됩니다. 유럽 전역이 쇠로 만든 갑옷, 투구, 칼, 창, 방패로 무장하게 되고 이들 철제 무기들을 확보하기 위해서 치열한 경쟁 속으로 뛰어들죠. 급기야 인류는 1000년부터 1300년까지 약 300년간 십자군 전쟁을 치르게 되고 이를 계기로 인류 문명은 소위 우리가 암흑의 시대라고 일컫는 중세로 접어들게 됩니다. 중세로 접어들면서, 특히 1000년부터 1300년 사이에, 유럽을 중심으로 인류는 쇠로 만든 무기와 연장을 대대적으로 생산하기 시작합니다. 1300도의 온도에서 단조 방식으로 생산을 하죠. 고체 상태의 스펀지 형태로 얻어진 환원된 철을 망치로 두드려서 찌그러트리고, 이 찌그러진 쇠를 가열하고 두드리기를 반복하는 방식으로 무기와 연장을 만들었죠. 그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숯이 필요했고 그것도 아주 양질의 숯이 필요했습니다. 이 양질의 숯을 만들기 위해서 아름드리나무들을 잘라가기 시작하죠. 당시 유럽은 북위 60도를 중심으로 위와 아래로 온대 산림이 울창하게 유럽 전 지역을 덮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중세 시대 인류가 자신을 철제 무기와 연장으로 무장하는 과정에서 이 온대 숲의 대부분을 파괴하게 됩니다. 아름드리나무를 마구 잘라다가 숯으로 만들고, 그 숯을 태워서 쇠로 만든 무기와 연장을 계속 만들어내기 시작하죠. 반지의 제왕이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이 영화에는 흉측하고 괴기스럽게 생기고 무자비하고 잔인하고 혐오스러운 오크라는 족속이 나오죠. 모르도르라는 지역을 기반으로 오크는 자신의 세력을 늘려갑니다. 오크족들이 모르도르라는 자기들의 근거지를 중심으로 군대를 키워 나가는 장면들이 나옵니다. 인접한 숲에서 굉장히 큰 아름드리나무를 마구마구 무자비하게 잘라오는 장면들이 나오죠. 그렇게 잘라온 나무를 사용해서 구덩이 속에서 마구 불을 피우는 장면이 나옵니다. 근데 이 구덩이는 사실상 철광석을 파내던 일종의 광산과 같은 구조입니다. 잘라낸 나무를 구덩이 속에서 마구 태우죠. 나무를 태워서 숯으로 만들고 그 숯을 태워서 땅에서 파낸 철광석으로부터 쇠를 만들어내죠. 그래서 끊임없이 이 오크족들이 모르도르 지역에 있는 여러 개의 구덩이 속에 들어가서 망치로 두드려서 쇠로 된 무기와 연장 그리고 몸에 두르는 철갑들을 만드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래서 이 모르도르 지역은 하늘이 시커먼 연기로 덮여서 항상 어두컴컴하죠. 그리고 땅에는 구덩이들이 파져 있고 그 구덩이에선 숯을 태우는 불빛이 올라옵니다. 그리고 그 안으로부터 계속 쇠를 두드리는 댕댕하는 소리가 모르도르 전 지역을 덮죠. 오크족들은 그렇게 만든 철제 갑옷으로 자신의 몸을 무장하고 괴기스럽게 생긴 철제 무기를 들고 인근 지역을 휩쓸고 다니면서 파괴행위와 살해 행위를 마구 자행하죠. 그런데 이 영화를 보다 보면 오크족이 마치 우리가 대상으로 해야만 되는 적인 것처럼 느껴지는데요. 하지만 이 영화를 잘 들여다보면 이 오크족은 중세 시대 우리 자신의 모습임을 알 수 있습니다. 중세 시대의 온대 산림을 모두 파괴하면서 그 나무를 가져다가 태워서 숯을 만들고, 그 숯을 이용해서 철제 무기와 연장을 만들기에 혈안이 되었던, 그리고 그렇게 만든 무기를 이용해서 수백 년 동안 인접국가들과 전쟁을 했던 바로 중세 암흑시대의 우리 인류 자신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 바로 이 오크족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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