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 변형과 변질의 역사
과연 우리는 현재 어떤 환경에 둘러싸여서 살고 있는 것일까요? 아마도 여러분과 대부분들의 현대인들은 매우 인공적인 환경에 둘러싸여서 살아가고 있을 것입니다. 콘크리트와 쇳덩어리로 만들어진 건물 안에서, 빌딩들의 숲에 둘러싸인 채 살아가며, 우리 주변으로는 쇠로 만든 자동차들이 빠른 속도로 수시로 다니며, 심지어는 땅속으로도 쇠로 만든 기차가 다니고, 저 멀리 하늘에는 쇠로 만든 비행기가 떠다니죠. 그뿐만이 아닙니다. 집안뿐만 아니라 시내, 거리 어디를 가던, 인공적인 전자 기기들이 자기 나름대로의 아주 특별한 역할들을 수행하고 있죠. 그런데 우리가 조금만 과거로 돌아가 보더라도 현재 접하고 있는 것과는 전혀 다른 환경에서 사람들이 살았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200년 전, 가깝게는 100년 전으로 만 되돌아가 보더라도, 사람들이 사는 환경은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자연과 접해 있었죠. 사람의 손으로, 인공적으로 만든 물건들도 많았지만, 이 물건들도 사실은 자연에서 나는 천연재료들로 만든 것들이었습니다. 그런데, 현재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환경은 인공적일 뿐만 아니라, 주변의 물건들을 만드는 데 사용된 물질도 거의 다 공장에서 화학반응을 통해서 만들어진 합성물질로 채워져 있죠. 그렇다면 우리는 100년, 200년 전 과거뿐만 아니라, 멀리 수천 년 전으로 되돌아가서 과연 우리 인류에게는 그동안 어떤 일이 있어왔는지, 우리 인류의 문명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현재와 같은 모습으로까지 발전해 왔는지를 한번 되돌아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먼 과거로까지 돌아가서 우리 인류 문명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발전해 왔는지를 한번 훑어보도록 하죠. 과거 우리 인류 문명이 발전해 온 모습은 역사학자들이 당시의 사람들이 무기나 연장을 만드는데 어떤 재료를 사용했는지를 기준으로 각 역사의 구간들을 나누어서 나름대로의 부여한 이름 속에 그 특징이 잘 나타나 있습니다.
재료에 따른 인류 문면 분류
석기시대, 청동기시대, 철기시대와 같은 시대의 이름이 바로 그것이죠. 석기시대 우리 인류는 무기나 연장을 만드는 데 있어서 거의 대부분 자연에서 얻은 그대로의 돌을 사용했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시점에, 인류는 구리에 약간의 주석을 섞은 청동이라는 기계적 강도가 강하고 튼튼한 합금을 발견하게 되죠. 그때부터 무기나 연장의 대부분을 청동이라는 합금을 이용해서 만들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인류의 삶의 방식이 크게 바뀌게 됩니다. 청동기시대가 도래하는 것이죠. 얼마 지나지 않아 인류는 마치 청동에서 그랬던 것처럼 쇠라는 새로운 신소재를 다시 발견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인류의 문명은 철기시대로 넘어가게 됩니다. 이처럼 역사학자들은 인류 문명의 발전 과정을 당시에 주로 사용했던 재료를 기준으로, 즉 물질을 기준으로 시대를 구분하였습니다. 우리 화학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물질과 에너지는 굉장히 밀접한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돌을 사용하다가 청동이 등장하고 다시 청동에 이어서 철(쇠)이라는 새로운 재료가 등장하는 이면에는 어떤 땔감이 사용되었느냐, 즉 어떤 에너지원이 주로 사용되었느냐 하는 문제가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죠. 따라서 역사 학자들이 물질을 기준으로 시대를 나눈 것처럼, 화학자의 관점에서 에너지를 기준으로 과거 우리 인류 문명의 발전과정을 나누어 본다면, 어떻게 나누게 될까요? 에너지의 관점에서 역사의 변천사를 들여다보면 물질의 변천사와 일맥상통하는 여러 가지 특징적인 사실들을 보게 됩니다.
화학적인 관점에서 인류 문명을 나눠보는 관점
사람들은 천연재료를 가져와서 활용하죠. 그런데 천연재료를 있는 그대로의 모양으로 사용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자신이 의도하는 목적과 용도에 따라, 이 천연재료에 어떤 방식으로든 변화를 준 후에 활용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자연에서 얻은 천연재료를 자신이 의도하는 목적과 용도에 맞게끔 바꾸는 과정에는 크게 두 가지 방식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변형과 변질이라는 두 가지 다른 방식입니다. 변형은 Transformation이라고 하죠? 말 그대로, form, 즉 바깥의 모양을, trans, 즉 바꾸는 것입니다. 그리고 변질은 어떤 물질의 성질 자체를 한 성질에서 다른 성질로 바꾸는 것을 말합니다. 다시 말해서 변질은 어떤 하나의 물질을 다른 물질로 바꾸는 것을 말하는 것이죠. 우리 원시인류는 과거 천연재료를 갖다 쓰는 데 있어서 변형의 방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했습니다. 과연 원시인류가 이 변형이라는 프로세스를 어떻게 활용했는지의 예를 들어보도록 하죠. 원시 인류는 자연에서 사냥감을 잡아서 음식으로 섭취를 해야 했습니다. 아마도 원시인류는 초기에는 그냥 맨손으로 동물을 잡았겠죠. 시간이 조금 지나자 맨손으로 동물을 잡는 것보다는 자연에서 얻은 커다란 돌로 동물을 때려잡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을 경험적으로 깨닫게 되죠. 그런데 이 돌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흥미로운 사실들을 하나씩 깨우쳐 갑니다. 뭉툭한 돌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보다 끝을 뾰족하게 다듬으면 훨씬 효과적으로 사냥감을 제압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죠. 이런 경험들이 쌓이면서 돌에 회전력을 실어서 이런 방식으로 충격을 가하면 훨씬 효율적으로 동물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죠. 그래서 원시인류는 주변에 있는 여러 가지의 천연재료들을 가져옵니다. 돌을 가져와서, 이 돌의 겉을 깨트리거나 다른 돌에 갈아서 끝을 뾰족하게 만듭니다. 이 돌의 한가운데다가 구멍도 뚫게 되죠. 그리고 주변에 있던 나뭇가지를 가져와서 알맞은 크기로 자르고, 돌의 구멍에 딱 맞게끔 나뭇가지의 끝도 다듬어 줍니다. 그리고 이 나뭇가지를 돌의 구멍 속에 끼워 넣은 후, 돌과 나뭇가지가 서로 분리되지 않도록 자연에서 뜯어 온 넝쿨로 꽁꽁 묶어주죠. 돌도끼를 만든 것입니다. 원시 인류는 이 돌도끼를 가지고 회전력을 실어서 사냥감을 아주 쉽게 잡을 수 있게 됩니다.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아 원시인은 또 다른 새로운 사실을 깨닫죠. 돌도끼로 동물을 잡기 위해서는 가까이 다가가야만 하죠. 가까이 다가가지도 않고도 멀리에서 사냥감을 잡을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냅니다. 납작한 돌을 주워서 가장자리를 날카롭게 깎아내죠. 그리고 긴 작대기의 끝에 홈을 낸 후에, 그 홈에다가 날카롭게 만든 넓적한 돌을 끼우고, 이 돌과 긴 작대기가 분리되지 않도록 넝쿨로 칭칭 감아줍니다. 바로 돌 창을 만든 것이죠. 이 돌 창을 먼 곳에 있는 사냥감에 던져서 가까이 다가가지 않고도 먼 거리에서 사냥감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을 터득하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 원시인류가 변형이라는 방식을 이용해서 천연재료를 활용했던 예입니다. 그런데 이 변형이라는 방식은 사람만이 구사하는 방식은 아닙니다. 동물들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이 변형을 적극적으로 적용해서 천연재료를 활용하죠. 지금 이 사진에 보는 침팬지는 간식으로 개미를 잡아먹고 있습니다. 개미를 잡아먹기 위해서 침팬지는 나뭇가지 하나를 꺾어옵니다. 그리고 그 가지의 곁가지를 하나씩 모두 떼어내죠. 커다란 가지의 곁가지를 모두 떼어낸 후, 길쭉한 나무 작대기를 만듭니다. 그리고 이 길쭉한 나무 작대기를 개미굴에다가 쏙 집어넣죠. 그리고 한참을 기다리면 이 나무 작대기에 개미들이 들러붙게 됩니다. 개미들이 들러붙은 이 나무 작대기를 꺼내서 붙어있는 개미들을 쓱 훑어먹죠. 바로 개미 낚시를 하는 것입니다. 개미 낚시를 위해서 나뭇가지를 꺾어 낚시에 적합한 모양으로 변형을 해서 활용하는 예로 볼 수 있죠. 시골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나무 위에 지어져 있는 까치집입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굉장히 엉성하게 만들어진 집입니다. 까치는 땅바닥에 떨어진 부러진 나뭇가지들을 부리로 주워다가 서로서로 얼기설기 얽어서 이와 같은 까치집을 만듭니다. 최근 건축공학자들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이 까치집이 공학적으로 굉장히 튼튼한 구조를 가지고 있어서 웬만한 태풍이 불어도 끄떡없이 부서지지 않고 그 구조를 그대로 유지한다고 합니다. 정말 놀라운 사실이죠? 새들도 약간의 변형을 통해서 자기가 의도했던 목적과 용도에 따라서 아주 적절하게 천연재료들을 사용하는 예를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변형이라는 프로세스는 사람뿐만 아니라 동물도 적극적으로 구사합니다. 그런데 유독 사람은 구사할 줄 알지만 동물들은 구사할 수 없는, 다시 말해 동물들은 깨우치지 못한 또 다른 방식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변질이라는 또 하나의 방식입니다. 이 변질이라는 방식은 인간만이 터득한 방식으로 어떤 물질의 성질을 전혀 다른 성질로 바꾸어버리는 과정을 말합니다. 다시 말해서 어떤 물질 A를 전혀 다른 B라는 물질로 바꾸는 것이죠. 원시인류가 처음으로 변질을 터득한 계기는 바로 사냥감으로 잡은 생고기를 불에 익혀서 익힌 고기로 만들어 먹는 행동이었습니다. 생고기를 불에 익히면 전혀 새로운 성질을 갖는 익힌 고기가 된다는 사실을 아마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쳐서 터득하게 되었으리라 상상해 볼 수 있습니다. 원시 인류들이 살고 있었던 넓은 평원에 번개가 쳐서 큰 불이 납니다. 불을 피해서 동물과 사람들은 모두 도망을 쳤겠죠. 그런데 그 과정에서 일부 동물들은 불을 피하지 못하고 그 안에 갇혀서 죽게 됩니다. 불이 다 꺼진 후에 불탄 초원을 돌아다니던 원시인류는 그곳에 죽어있는 동물들을 발견하게 되죠. 아마도 배가 고팠던 원시인류는 그 불에 그을려서 죽은 동물의 살을 잘라서 먹었을 것입니다. 먹는 과정에서 “어? 생고기가 불에 타니까 다른 식감을 내는 전혀 다른 물질로 바뀌어 있네?”라는 변질이라는 프로세스에 대한 깨달음을 얻게 되는 것이죠. 대부분의 다른 동물들은 불을 보고 무서워서 가까이 가지 않았지만, 변질에 대한 깨달음을 터득한 인류는 초원에 타고 남은 불씨를 가져와 불을 다시 살려내고, 그 불을 가지고 여러 가지 try and error를 하게 됩니다. 결국에는 불을 이용해서 사냥감으로 잡은 생고기를 익혀서 아주 긴 시간 동안 상하지 않게 보관을 하기도 하고, 그리고 섭취에 적절한 형태로 바꾸기도 했죠. 변질에 대한 깨달음을 얻고, 이후 적극적으로 불을 사용해서 어떤 물질 A를 어떤 물질 B로 바꾸는 변질의 과정을 적극적으로 자기 생활에 활용했던 것입니다. 이처럼 불을 이용해서 생고기를 익혀 먹은 별것 아닌 간단한 행동은 우리 인간과 동물이 전혀 다른 길을 걸어가게 되는 하나의 중요한 분기점이 됩니다. 동물들은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같은 상태로 남아있지만, 우리 인간은 불을 사용하기 시작했던 그 시점을 시작점으로 해서 문명의 발달을 실현하기 시작하죠. 인류 문명이 발달하는 출발점이 바로 이렇게 불을 사용해서 생고기를 익혀 먹는 행동에서 시작됩니다. 불에다가 생고기를 익혀 먹던 원시인류의 유전자에 내재되어 있는 화학 DNA가 발현하게 됩니다. 오늘날 우리는 이 화학 DNA를 호기심이라고 일컫죠. 처음으로 생고기를 불에 구워 먹기 시작한 원시 인류가 그다음에 어떤 행동을 했을지 우리는 아주 쉽게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아마도 호기심에 가득 차서 자신의 주변에 있는 여러 가지 재료들을 가져와서 불에 넣어 태워봤을 것입니다. 여러 다른 종류의 나뭇가지를 꺾어서 태워보고, 주변에 있는 돌들도 태워보고, 생가지도 태워보고, 마른 가지도 태워보고, 낙엽도 태워보고, 주변에 있는 각종 재료들을 가져와서 태워봤겠죠. 원시인류가 실험을 시작한 것입니다. 실험이란 기본적으로 try and error입니다.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실수도 해보고, 때로는 어떤 결과를 낳고, 그 과정에서 우리는 당연히 관찰을 하게 됩니다.
원시인류의 실험과 관찰
원시인류는 실험과 관찰을 반복하게 됩니다. 실험과 관찰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원시인류는 자기 나름대로의 가설을 세우게 됩니다. 그리고 자신이 세운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서 후속적으로 더 많은 실험과 관찰을 반복하게 되죠. 그 과정에서 원시인류는 여러 가지 원리들을 깨닫습니다. 예를 들어서 이런 것입니다. 마른 나뭇가지는 그 나무의 종류에 상관없이 불에 잘 탄다. 이런 가설을 세우는 것이죠. 그리고 그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서 먼 곳까지 가서 자신이 그동안 보지 못했던 종류의 나뭇가지들을 가져와서 또 태워보는 것이죠. 그러다가 또 다른 가설을 세웁니다. “아, 나무의 종류와 상관없이 젖은 나뭇가지들은 잘 타지 않는구나. ” 그리고서는 다음과 같은 또 다른 가설을 세우죠. 주변에 있는 돌들은 종류에 상관없이 타지 않는다. 이처럼 많은 가설들을 세워 갑니다. 실험과 관찰을 하는 과정에서 어떤 행동을 하는 데 있어서 따라야만 하는 구체적인 방법, 즉 절차도 도출하기 시작합니다. 예를 들어서 사냥감의 크기가 작을 때에는 약한 불에 짧은 시간 동안 가열해야 하고, 사냥감이 클 경우에는 강한 불에 오랫동안 가열해야 된다는 식의 구체적인 절차들을 도출하는 것이죠. 이것은 마치 여러 가지 다양한 음식 재료들을 가져다 놓고, 이 재료들을 이용해서 어떤 특정한 요리를 만들 때, 우리가 따르게 되는 일종의 recipe를 찾는 것과 동일한 개념입니다. 이처럼 실험과 관찰을 반복하고, 그 과정에서 가설을 세우고, 그 가설을 입증하기 위해서 다시 후속 실험을 실행하며, 그 과정에서 어떤 일을 시행하는데 필요한 구체적인 절차들을 도출하는 과정은 우리가 오늘날에도 그대로 적용하고 있는 과학적 사고와 행동을 보여줍니다. 오늘날 우리 화학자들이 현대적인 연구실에서 연구를 할 때에도 기본적으로 원시인류가 불을 처음 사용했을 때 적용했던 그 동일한 방법론을 지금도 그대로 적용하고 있죠. 실험을 하면서 관찰을 하고, 여러 번의 반복된 실험과 관찰을 통해서 자기 나름대로의 합리적인 가설을 세우고, 그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서 후속 실험과 관찰을 지속하고, 그 검증 과정을 거쳐서 자기 나름대로의 그럴듯한 이론을 만들어내죠. 그 과정에서 어떤 일을 시행하는 데 사용할 절차적인 방법론도 도출하게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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