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체연료의 양대 생산공정, 1차 대전 후 기술의 변화 내용
1918년에 1차 세계대전이 끝납니다. 그리고 20년 후인 1939년에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는데요. 1차 세계대전의 종전과 2차 세계대전의 개전 사이에는 20년이라는 공백 기간이 있습니다. 사실 이 20년이라는 기간은 사실상의 휴전 기간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왜냐하면 1차 세계대전을 끝낸 나라들 사이에 존재했던 갈등이 아직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20년이라는 공백 기간 동안에 증기기관은 내연기관으로 대체가 되었고 마침내 고체연료는 액체연료로 대체됩니다. 이 20년이라는 기간 동안에 모든 나라들은 앞으로 다가올 전쟁을 대비하기 위해서 전쟁 준비를 하기 위한 기술 개발에 들어가게 됩니다. 가장 필요한 것은 액체연료였죠. 내연기관을 장착한 각종 운송수단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엄청나게 많은 양의 액체연료가 필요했고 당시로서는 그러한 액체연료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주변에 있는 흔하고 값싼 물질로부터 화학 지식을 동원해서 화학반응을 통해서 대량으로 필요한 액체 원료를 만들어 내야만 했습니다.
액체연료 생산을 위한 화학자들의 도전
그래서 드디어 화학자들이 다시 또 이와 같은 도전에 직면합니다. 주변에 있는 흔한 물질로서 독일은 석탄을 선택합니다. 왜냐하면 제1차 세계대전 이전에 자신들이 이라크 지역의 유전을 확보하려고 했지만 1차 세계대전에 패전하면서 유전에 대한 권리를 다 연합국에 내어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다행히 독일은 많은 석탄 매장량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독일은 석탄을 원 물질로 삼아서 이 석탄으로부터 액체연료를 만들기 위한 프로세스를 개발하게 됩니다. 화학자들이 개발에 뛰어든 것이죠. 피셔(Fischer)와 트롭쉬(Tropsch)라는 두 화학자가 석탄으로부터 휘발유와 경유, 등유와 같은 액체연료를 만들어내는 화학공정을 개발하게 됩니다. 반면 연합국은 흔한 물질로 원유를 선정합니다. 왜냐하면 1차 세계대전을 통해서 원유에 대한 권리를 선점했기 때문이죠. 그래서 이 원유로부터 휘발유와 경유, 등유와 같은 액체연료를 만들기 위한 화학공정을 개발해내는데요. 프랑스의 우드리(E. J. Houdry)라는 과학자가 Catalytic Cracking Process라는, 즉 접촉 분해 공정이라는 프로세스를 개발하게 됩니다. 휘발유는 약 8개의 탄소가 결합된 적당한 중간 정도의 크기를 갖는 분자입니다. 경유는 휘발유보다 조금 더 크고요, 등유는 경유하고 약간 비슷한 크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당시 독일에서 개발된 내연기관을 작동하는데 가장 필요로 했던 연료는 바로 이 휘발유였습니다. 원유는 굉장히 덩치가 큰 분자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엄청나게 크기가 커서 가끔 우리는 원유를 천연 아스팔트라고도 부릅니다. 원유에 비하면 탄소로 구성된 액체연료는 비교적 작은 분자들입니다.
피셔-트롭 시 프로세스
독일이 개발한 피셔-트롭 시 프로세스는 굉장히 작은 분자로부터 점점 덩치를 키워나가는 프로세스입니다. 탄소 하나로 이루어져 있는 굉장히 작은 분자로부터 시작해서, 화학반응을 단계별로 거쳐가면서, 점점 덩치를 키워서, 8개의 탄소를 가지고 있는 분자인 C8 H18(*정확한 화학식 표기는 학습자료를 참고해주세요), 즉 휘발유를 만드는 프로세스였습니다. 반면에 프랑스의 우드리가 개발한 Catalytic Cracking, 즉 접촉 분해 공정은 원유의 굉장히 덩치가 분자들을 깨트려서 부수는 프로세스였습니다. 엄청나게 덩치가 큰 원유 분자를 부숴서 훨씬 덩치가 작은 분자들로 깨트려 놓고, 그 깨트린 조각들 중에서 휘발유 분자인 C8H18를 따로 분별증류해내는 프로세스였죠. 그래서 연합국이 개발한 접촉 분해 공정은 부수는 공정이었고, 독일이 개발한 피셔-트롭쉬 프로세스는 키우는 공정이었습니다. 이 프로세스를 조금 더 훑어보도록 하죠. 피셔-트롭쉬 프로세스를 아주 간단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피셔-트롭쉬 프로세스는 석탄으로부터 시작합니다. 석탄을 초벌구이를 해서 코크스를 만들고 이 코크스를 뜨겁게 가열한 후에 그 위에 수증기를 통과시킵니다. 코크스는 원자에 관점에서 보면 순수한 탄소 C입니다. 수증기는 수소와 탄소의 원자 집합체인 H₂O입니다. 따라서 수증기인 H₂O와 코크스의 C가 반응을 하면 수증기가 가지고 있는 산소가 코크스의 탄소와 일산화탄소를 만들게 됩니다. CO라는 일산화탄소를 만드는 과정에서 수증기는 산소를 잃어버리고 수소 기체가 됩니다. 따라서 뜨거운 코크스 위에 수증기를 통과시키면 일산화탄소와 수소의 혼합기체가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이 혼합기체를 “합성에 사용하는 기체다”라고 해서 신가스(syn-gas)라고 부릅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탄소 하나를 가지고 있는 아주 작은 분자인 일산화탄소가 만들어집니다. 이처럼 만들어진 일산화탄소를 이용해서 단계별로 점점 몸집을 불려 나가는 것이죠. 이 몸집을 불려 나가는 화학반응은 여러분이 예상할 수 있듯이 잘 일어나지 않습니다. 바로 에너지 경로를 가로막고 있는 활성화 에너지라는 거대한 에너지 장벽 때문이죠. 이 경우에 무엇을 활용해야 되죠? 촉매를 활용해야 됩니다. 이 피셔-트롭쉬 프로세스에서는 코발트와 철의 촉매가 사용됩니다. 코발트와 철 촉매를 사용한 화학반응을 통해서 일산화탄소의 덩치를 키워가면서 8개의 탄소가 결합된 휘발유가 만들어지게 됩니다. 안타깝게도 이렇게 만들어진 휘발유는 그렇게 성능이 우수하지 않았습니다. 휘발유의 성능은 보통 옥탄가로 표현을 하는데요. 피셔-트롭쉬 프로세스를 통해서 만들어진 휘발유의 옥탄가는 87로 상대적으로 상당히 낮았습니다. 프랑스의 우드리가 개발한 Catalytic Cracking Process는 접촉 분해 공정이라고 하는데요. 덩치가 커다란 원유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원유는 굉장히 덩치가 큰 분자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덩치가 큰 분자들을 깨트리는 것이죠. 깨트리는 것도 역시 그냥 가열하는 것만으로는 깨지지 않습니다. 여기에다가 뭘 사용해야 되죠? 여기도 마찬가지로 커다란 에너지 장벽인 활성화 에너지를 무너트리기 위해서 촉매를 사용해야 됩니다. 처음에 사용했던 촉매는 알루미늄 실리케이트라는 물질이었습니다. 알루미늄 실리케이트를 촉매로 사용해서 고압에서 고온으로 가열을 해주면 이 원유의 분자들이 잘게 깨집니다. 깨지면서 굉장히 다양한 크기를 가진 수많은 다른 분자들이 만들어집니다. 이렇게 서로 크기가 다른 분자들이 섞여있는 혼합물을 분별 증류라는 방법으로 분자의 사이즈에 따라서 분리해냅니다. 굉장히 작은 분자에서부터 점점 분리해나가다 보면 중간에 적당한 중간 정도의 크기를 갖는 휘발유가 얻어지게 됩니다. 사실 피셔-트롭쉬 프로세스는 굉장히 정밀한 공정인 반면에, 이 접촉 분해 공정은 어떻게 보면 대충대충 하는 아주 조야한 프로세스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놀랍게도 이 접촉 분해 공정의 분별증류를 통해서 얻어진 휘발유의 성능은 매우 우수했습니다. 접촉 분해 공정을 통해서 얻어진 휘발유의 옥탄가는 100이었습니다. 상대적으로 피셔-트롭쉬 프로세스로 얻어진 옥탄가 87의 휘발유보다도 훨씬 우수한 성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1차 대전 후 주목할 기술적인 변화
1914년에서 1918년까지 지속됐던 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직전까지 굉장히 많은 기술적인 변화들이 일어났는데요. 그중에서도 주목해보아야 될 기술적인 변화는 다음의 세 가지를 들 수 있습니다. 첫 번째가 바로 암모니아를 합성해낸 하버-보쉬 공정입니다. 하버-보쉬 공정을 통해서 굉장히 많은 양의 암모니아를 합성할 수 있게 되었고, 이 합성된 암모니아를 이용해서 화약과 폭약을 거의 무한정에 가까울 정도로 만들어 낼 수 있게 됩니다. 또 하나의 주목할 변화는 내연기관의 개발입니다. 독일이 중심이 되어서 증기기관을 대신할 굉장히 효율이 높은 내연기관을 개발하게 되죠. 그 결과 수송수단의 발달에 있어서 대혁명이 일어납니다. 마지막으로 이 내연기관을 작동하기 위해서 필요한 액체연료를 만들어내는 공정들이 개발됩니다. 바로 독일이 개발한, 석탄을 원물질로 사용해서 휘발유를 만들어내는 피셔-트롭쉬 공정과, 프랑스의 우드리가 개발한, 원유의 큰 분자들을 깨트려서 휘발유를 얻게 되는 접촉 분해 공정입니다. 이처럼 폭약과 엔진, 그리고 액체연료가 확보되면서 사실상 또 다른 전쟁이 일어날 준비는 거의 갖춰진 상태였습니다. 이제 누군가가 무모하게 전쟁을 일으키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죠. 그것이 바로 히틀러였습니다. 1939년 독일의 선제공격으로 히틀러가 마침내 전쟁을 일으키면서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고 1945년에 2차 세계대전이 종전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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